호주 이민 Part 11: 잘못된 선택 그리고 후회, 막다른 골목...
요리학교를 다닐 때 친했던 친구가 블루마운틴 One & Only 고급 리조트에서 같이 근무할 것을 제안한다. 이 친구는 이미 그곳에서 1년 이상을 근무하고 있던 중이어서 요목조목 근무 환경 등을 물어봤는데, 근무 시간도 괜찮고 업무 강도도 나쁘지 않다고 대답하며 나와 같이 일할 것을 권유 중이었다. 이미 Nucleus라는 이민 상담소를 통해서 수속 중이던 나는 고민에 휩싸인다. Nucleus를 통해서 진행하면 2만 달러 정도 수속비가 드는데 반해 One & Only 리조트로 바로 지원할 경우, 약 15,000 달러 조금 넘는 금액으로 와이프를 포함하여 영주권 비자를 진행할 수 있었다.
Hamilton Island는 QLD 북쪽 머나먼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드니에서 가까운 블루마운틴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 친구의 추천으로 trial을 진행하였고, RSMS Visa sponsor를 조건으로 Job offer를 수용한다. 초기 수속 비용으로 이민 법무사에게 $8,000불 상당을 선금을 지불하고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에 다다른다. 이에 따라 나의 영주권 수속을 준비하던 Nucleus에는 비자 진행을 정지해 달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블루마운틴으로 향하게 되었다.
One & Only 리조트는 Emirate Group에서 경영권을 얻어 대리로 운영하는 형식의 매우 고급스럽고 비싼 리조트였다. 큰 회사들이 뒷 배경에 있었기에 믿음을 가지고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이는 나의 심각한 오판이었다. 직원 숙소는 3~4명이 함께 생활하는 2층 구조의 유닛촌이었는데 매일 같이 음악을 틀어대면서 파티를 하고 마약을 하는 등, 잠을 잘 자지 못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더군다나 근무 환경은 그 친구에게 들었던 40시간 내외가 아니라, 주 50~60시간 이상을 강요하는 분위기였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점심 휴식시간이나 점심 식사도 없이 저녁 시간이 다 돼서야 퇴근이 가능했다. 주방 분위기 또한 상호 협조적인 분위기보다는 강압과 압박, 그리고 비협조적이고 불 친절한 근무 환경에 나도 모르게 나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당연히 페이는 38시간만 페이가 됐으며 Weekend penalty, over time payment 등은 상상조차 할 수도 없었다. 평소 남 탓을 안하려고 노력하지만 나를 소개해줬던 친구에게 "너 근무환경 나쁘지 않다면서 이게 뭐냐? 왜 이리 말이 틀리냐?"라고 따지자 그 녀석은 사실대로 말해주면 네가 안 올까 봐 그랬다고 대답을 한다. 100톤 망치에 후두려 맞은 듯 얼얼하면서 약간의 배신감도 들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주워 담기엔 너무 피해가 막심했다.

참고로 RSMS Visa는 비자 승인 날로부터 2년을 한 고용주 밑에서 근무해야 하는 조건이 있는데, 비자가 언제 승인될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이런 근무 환경에서는 단 하루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 여담이지만 페이스트리 셰프를 하는 어떤 여자 Chef는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비자 승인이 안돼서 비자가 승인되기만을 기다린다는 얘기도 듣고 나니, 잘못하면 4년 이상을 이 엿같은 상황 속에서 견뎌야 할 가능성도 매우 높음을 상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군대도 다녀온 나인데, 참고 견디다 보면 익숙해지리라..'
스스로를 위로하며 하루하루를 견디는데, 이렇게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내 마음속 불만감은 하루가 다르게 커져나갔다.
글쓴이는 오전 근무를 위주로 편성이 됐는데, 바쁠때곤 오후 근무를 진행하는 키친에 가서 그들의 업무를 몇 시간씩 도와주다가 퇴근하기도 비일비재였다. 하루 12시간 이상씩 5일간 근무를 진행하다 보니,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필요했다.
One & Only 리조트는 블루 마운틴이라는 산속 깊은 외딴곳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도 잘 안되고, 전화는 당연히 불통이었다. 그나마 키친에 출근할 때면 전화 신호가 조금은 잡혔으나 일에 치여 바쁘다 보니 전화기를 꺼내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아내와 가까스로 통화를 하자 항상 내편이던 와이프는 그곳을 당장 그만두라고 말하였다. 이미 투자한 8천 불이라는 돈도 있고, 버텨보겠다고 말은 하였지만,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나의 마음은 매우 간절한 상태였다. 인터넷도 전화도 안되다 보니 그곳에서는 Nucleus와 다시 연락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게 2주를 버티고 버티며 Payslip을 두 눈으로 확인 한 나는 이렇게는 절대 생활할 수 없고, 영주권을 포기하더라도 이렇게는 영주권을 취득하기 싫다는 생각에 다다르며, 업무가 끝난 늦은 저녁, 나의 자가용에 나의 물품들을 말없이 실은 후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기존에도 야반도주하던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는 얘기를 그 친구를 통해 듣고 나니 '나라고 못할쏘냐?'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던 듯하다. 그렇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시드니로 복귀하는 운전 중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최악의 경우 한국으로 귀국할 생각까지 하며 말없이 운전대만 붙잡은 채 캄캄한 터널 속을 운전하는 듯한 마음으로 스트라스필드로 돌아왔다.
와이프 얼굴을 볼 낯짝이 없었다. 이미 합의하고 엎질러버린 일이었으나 남편으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하고 자꾸 Risk를 키우는 것 같은 내 모습에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만 한 가득이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와이프는 오히려 그들을 더러운 회사라고 욕해주며, 나를 따뜻한 미소와 포옹으로 반겨주었다. '세상에 이런 아내가 또 어디 있을까? 이 사람은 나의 감투나 사회적 지위, 능력보다 나 자체를 순수히 사랑해주는구나'라는 느낌을 매우 강하게 받으며 '더 잘해줘야지!'라는 각오도 생기게끔 하였다.
아무튼 절벽 끝까지 스스로 상황을 내몬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염원하며 Nucleus에 이민 수속을 위해 다시 그쪽 회사와 진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다. 아마도 이때 나의 학생비자는 만료되기 1달 전쯤이었을 것이다. 학생비자가 만료되면 추가적인 비자비용이 발생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래저래 곤욕을 치르고 있던 시점이었을 것이다.

내 아까운 $8,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