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시드니에서 글쓴이는 네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핸들을 꺾었다. 구글맵이 유턴하라고 했으니 유턴을 했을 뿐인데, 고개를 드니 앞에 경찰차가 다섯 대였다. 단속 나온 자리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간 셈이었다.
벌금은 300달러가 넘었고 그 자리에서 간이 마약검사까지 받았다. 구글맵이 그렇게 안내했다고 말해봤지만 경찰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으며,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그때 알았다. 호주 운전 규칙은 몇 년 몰았다고 저절로 몸에 붙는 게 아니라는 걸.
빨간불에 좌회전은 원칙이 불법이다
한국에서 몸에 밴 습관 중 가장 위험한 게 이거다. 빨간불에 우회전이 되니 여기서도 방향만 바꿔 그러려니 하는 것. 호주는 좌측통행이라 한국의 우회전에 해당하는 게 좌회전인데, 적색 신호에서 좌회전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예외는 하나뿐이다. 교차로에 "Left turn on red after stopping" 표지가 붙어 있는 경우다. 표지가 있으면 완전히 선 뒤 좌회전할 수 있고, 표지가 없으면 초록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 이 표지가 흔하지 않아서, 브리즈번에서 운전하다 보면 대부분의 교차로는 그냥 안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STOP 사인 3초 룰은 어디에도 없다
"STOP 사인에서는 3초 세고 출발"이라고 배운 사람이 많다. 그런데 법에는 3초라는 숫자가 없다. 퀸즐랜드 도로규칙이 요구하는 건 시간이 아니라 상태다. 바퀴가 완전히 멈춰야 하고, 멈췄으면 그걸로 요건은 채워진다.
3초라는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분명한 건 규칙이 시간을 재지 않는다는 것이다. 3초를 세느라 뒤차 눈치를 보는 것보다 바퀴를 확실히 세우고 좌우를 보는 쪽이 규칙에 맞으며, 반대로 속도만 줄여 슬금슬금 통과하면 3초를 셌든 안 셌든 위반이다.
앞차가 섰으니 나는 그냥 가도 되나
STOP 사인 앞에 차가 줄지어 설 때 헷갈린다. 앞차가 이미 완전히 섰으니 뒤따르는 차는 그 뒤를 따라 굴러가도 되는가? 규칙은 운전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걸린다. 앞차가 섰으니 뒤차는 면제된다는 조항이 어디에도 없으며, 정지선에 도착한 차는 각자 다시 완전히 멈춰야 한다.
유턴, 주마다 다르다고 알고 있었는데
글쓴이가 걸린 게 이 대목이다. 시드니와 브리즈번은 주가 다르니 유턴 규칙도 다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는데,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에서는 뉴사우스웨일스와 퀸즐랜드가 사실상 같다. 두 곳 다 유턴을 허용한다는 표지가 있어야 유턴이 되고, 표지가 없으면 신호가 초록이어도 안 된다.
그러니 그날 문제는 주가 달라서가 아니었다. 표지가 없는 교차로에서 유턴을 한 것이고, 내비게이션은 그 표지를 읽지 못한다. 경로 안내는 도로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지 그 도로에 무엇이 붙어 있는지는 모르며, 딱지는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운전자가 뗀다.
주 경계를 넘을 때는 그 주 규칙을 한 번 들여다보는 게 낫다. 유턴처럼 사소해 보이는 항목일수록 주마다 갈리고, 갈리는 줄 모르는 사람이 걸린다.
주차 시간 표지, 나만 헷갈리는 게 아니다
운전보다 주차가 어렵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호주 주차 표지는 숫자와 요일과 시간대와 화살표가 한 판에 겹쳐 붙어 있어서, 한 장을 제대로 읽으려면 구성요소를 나눠 봐야 한다.
| 구성요소 | 뜻 | 놓치기 쉬운 부분 |
|---|---|---|
| P + 숫자 (1P, 2P) | 최대 주차 가능 시간 | 티켓을 사도 제한 시간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
| 요일·시간대 (Mon-Fri 8am-6pm) | 그 시간대에만 제한 적용 | 시간대를 벗어나면 제한이 없는데 모르고 지나친다 |
| 화살표 (←, →, ↔) | 표지판 기준 그 방향으로만 적용 | 표지가 겹쳐 있으면 위에서 아래로 읽어야 한다 |
| 색깔 (초록·빨강·파랑·노랑) | 초록은 시간제한 허용, 빨강은 금지, 파랑은 장애인, 노랑은 하역 구역 | 색만 보고 요일과 화살표를 놓친다 |
표로 나누면 간단해 보이는데 실제 표지판은 이 조건들이 한꺼번에 붙어 있다. 흔한 조합이 이런 모양이다.
이 표지가 걸린 자리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8시에서 오후 6시 사이에만 2시간 제한이 붙는다. 토요일과 일요일, 평일 저녁 6시 이후에는 세워둬도 된다. 화살표가 왼쪽을 향하고 있으니 규칙이 적용되는 구간도 표지판 왼쪽이다.
문구가 아예 다른 표지도 있다. No Parking은 사람을 태우거나 내리는 정도의 짧은 정차가 허용되지만, No Stopping은 그마저도 안 된다. 노면에 그어진 노란 실선이 이 No Stopping과 같은 효력이라는 건 호주 횡단보도·주차 규칙 글에 적어뒀다.
몰라서 무는 벌금만큼 아까운 돈이 없다. 300달러면 브리즈번에서 한 주 장을 보고도 남으며, 그 돈으로 배운 게 "표지판을 본다"는 한 줄이라면 수업료치고 비싸다. 브리즈번 정착 생활비를 계산할 때도 이런 항목은 잡히지 않는다. 규칙을 아는 만큼 안 나가는 돈이라서다.
그날 경찰 앞에서 글쓴이가 댄 이유는 결국 하나였다. 몰랐다는 것. 호주에서 몰랐다는 말은 그 자리에서 300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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