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일하면 통장에 찍히지 않는 돈이 매달 쌓인다. 슈퍼애뉴에이션이라고 부르는 노후 자금인데, 급여명세서에는 금액이 적혀 있지만 실수령액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몇 년을 일하고도 자기 계좌가 어디에 몇 개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흔하다.
아래는 2026-27 세무연도, 그러니까 2026년 7월 1일부터 적용되는 규칙을 기준으로 삼았다. 호주 국세청이 안내하는 슈퍼 선택과 납입 규정이 근거다.
급여에서 떼는 돈이 아니다
슈퍼는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아니다. 고용주가 급여와 별도로 12%를 얹어서 따로 넣어준다. 연봉이 얼마라고 할 때 그 숫자 위에 12%가 더 있는 셈이라, 세후 실수령을 계산할 때 이 돈은 아예 다른 칸에 있다.
한국과 호주의 생활비를 비교한 브리즈번 정착 생활비 글에서 이 12%를 어떻게 계산에 넣었는지 다룬 적이 있다. 여기서는 그 돈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되는지를 본다.
직장을 옮겨도 계좌는 따라온다
호주에서 일자리를 옮기면 새 고용주가 슈퍼를 넣을 계좌를 찾는다. 선택 양식을 내면 본인이 적은 계좌로 가고, 내지 않으면 국세청에 연동된 기존 계좌가 그대로 따라간다. 이걸 계좌 연동이라 부른다. 따라갈 계좌가 아예 없을 때만 고용주가 정해둔 기본 펀드에 새로 열린다.
본인이 할 일은 없다. 고용주가 국세청에 조회해서 연동된 계좌를 받아간다. 이 규칙은 2021년 11월 1일부터 입사한 사람에게 적용되니, 그전에 시작한 자리에는 따라갈 계좌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글쓴이가 요리사로 일하며 직장을 옮기던 시절에는 가운데 갈래가 없었다. 그때도 계좌는 하나로만 유지했는데, 대단한 계산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복잡해지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였다. 챙겨야 했던 자리를 몇 년 뒤에 규칙이 대신하게 된 셈이다.
양식을 꼬박꼬박 냈던 사람이라면 달라진 것이 사실상 없다. 달라진 쪽은 이직하면서 서류를 놓쳤거나 급하게 일을 시작하느라 양식을 못 낸 경우인데, 그때 열린 계좌가 아직 남아 있을 수 있다.
계좌가 여러 개면 국세청이 하나를 고른다
그렇게 남은 계좌가 둘 이상이면 새 직장에서 어느 쪽으로 갈지가 정해져야 한다. 이때 국세청은 아무거나 고르지 않고 순서를 따른다.
순서가 있다는 것은 위에서 걸리면 아래를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잔액이 가장 큰 계좌로 갈 것 같지만 그 위에 두 단계가 더 있으니, 오래 쉬었다가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경우처럼 납입 기록이 엇갈리면 예상과 다른 계좌로 들어갈 수 있다. 계좌를 서넛 들고 있는 사람이 이 네 줄만 보고 자기 돈이 어디로 가는지 맞힐 수 있을까?
이 순서가 마음에 걸린다면 방법이 있다. 국세청은 우선순위 적용이 걱정되면 선택 양식으로 계좌를 직접 지정하라고 안내한다. 고용주에게 그 양식을 내면 어느 계좌로 갈지를 본인이 정하는 것이다.
내 계좌가 몇 개인지부터 모르겠다면 myGov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계좌 조회는 물론이고 여러 개를 하나로 합치는 것과 펀드를 비교하는 도구까지 거기에 있다. 호주에 몇 년 살면서 직장을 두어 번 옮긴 사람이라면 한 번쯤 열어볼 값이 있다.
2026년 7월부터 월급날마다 들어온다
납입 주기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분기마다 한 번씩 넣으면 됐는데, 2026년 7월 1일부터 지급되는 급여에는 급여일마다 슈퍼가 함께 들어간다. 분기 납부 규칙이 적용되는 것은 2026년 6월 30일까지 지급된 분까지다.
바뀐 값은 액수가 아니라 간격이다. 분기 납입일 때는 석 달치가 한꺼번에 들어오니 지난 분기 것이 빠졌는지 알아채는 데 시간이 걸렸다. 급여일마다 들어오는 지금은 명세서에 찍힌 슈퍼 금액이 실제로 계좌에 들어왔는지를 급여 주기마다 맞춰볼 수 있다.
어디에 쌓이는지는 고를 수 있다
슈퍼 펀드는 성격에 따라 다섯 갈래로 나뉜다. 산업 펀드, 리테일 펀드, 공공부문 펀드, 기업 펀드, 그리고 본인이 직접 굴리는 자가관리 펀드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이 글이 답할 자리가 아니다. 다만 아무것도 고르지 않았을 때 어디로 가는지는 알아둘 만하다. 선택도 하지 않았고 따라올 기존 계좌도 없으면 고용주가 정해둔 기본 펀드로 들어간다. 마이슈퍼라고 부르는 그 자리가 사실상 초기 설정값인 셈이다.
다만 모두가 고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 단위 어워드의 적용을 받는 경우, 2021년 1월 1일 이전에 맺어진 특정 협약에 해당하는 경우, 연방이나 주 공공부문에 속한 경우, 특정 확정급여형에 들어 있는 경우에는 선택 자격이 없다. 본인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고용 조건을 봐야 알 수 있다.
떠날 사람과 남을 사람
지금까지는 호주에 계속 사는 사람 기준이다. 워홀처럼 기간을 정해두고 왔다가 호주를 아주 떠나는 경우에는 이 돈의 성격이 달라진다. 쌓아서 굴리는 자산이 아니라 출국할 때 정산해서 돌려받는 돈이 되고, 그때 붙는 세율은 따로 있다.
그 계산은 호주 워홀 세금 글에 적어뒀다. 같은 계좌에 같은 방식으로 쌓인 돈인데 떠나느냐 남느냐로 전혀 다른 것이 된다는 점만 여기서 짚어둔다.
남기로 한 사람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myGov에서 계좌가 몇 개인지 보는 것과, 급여명세서에 찍힌 슈퍼 금액이 계좌에 실제로 들어왔는지 맞춰보는 것. 둘 다 로그인 한 번이면 끝나는데, 몇 년을 미뤄두면 계좌 서너 개에 수수료가 각각 붙은 상태로 발견하게 된다.
'비자·정착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호주 메디케어, 영주권 신청서를 낸 날부터다 (0) | 2026.08.24 |
|---|---|
| 호주 급여명세서, 안 적혀 있으면 그게 위반이다 (0) | 2026.08.23 |
| 호주 워홀 세금, 한국 여권은 첫 1달러부터 15%다 (0) | 2026.08.18 |
| 호주 오프셋 계좌, 열어두기만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0) | 2026.08.13 |
| 호주 비자 우선순위 변경, 이민성 지시사항 119로 뭐가 달라졌나? (0) | 2026.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