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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공유

호주 이민 Part 7: Industry placement 실습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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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학교를 다니다 보면 IP라고 수개월 동안 실습 기간을 가지게 된다. 정확한 기간은 기억이 안 나지만 1차, 2차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기간 동안에는 학교를 가지 않고, 과제물만 온라인으로 업데이트하며 Full time으로 근무할 수 있다.

IP 근무 일지

언뜻 보면 엄청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상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도 있는 기간이다.

매일매일 근무일지를 작성하여 IP 담당 관리자에게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만약 일을 못 구하거나, 기준에 미달되는 곳(스시샵, 테이크어웨이 샵 등)에서 일을 할 경우에는 직장을 다시 고르도록 어마어마한 압박을 주기 때문이다.

 

Intercontinental Hotel에서 근무할 때 실습기간이 시작하는 시점이었는데, 그곳을 그만둔 후 약 2개월간 일할 곳을 못 구하자 현장 감독관이 전화와 문자로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줬던 것으로 기억된다. 재수가 없는 경우에는 IP 기간을 반복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학교에서 직장을 구해주는 곳도 있겠지만, 대부분 자력으로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이 시점 나는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로 인하여 멘붕이 와서 '한국을 들어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지금 글로 써보면 별일도 아니지만 실제로 IP 기간 중 3명 정도의 같은 반 급우가 그만두었으니, 현장에서 받는 압박감이나 스트레스는 여기 쓰여지는 글들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심각하게는 'Buckley's로 돌아가야 할까?'도 고민해 보았지만, 그 생지옥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운이 좋겠도 올림픽 파크에 있는 Novotel이라는 4성급 호텔에서 연락이 온다

 

호기롭게 인터뷰를 마친 후 다행히도 합격 통보를 받는다. 하지만 시급과 직책은 처음으로 Downgrade 됐다.

직책은 Cook, 시급은 $19.6792..... 일은 CDP급으로 시키면서 주급을 아끼기 위한 회사의 정책이니 어쩔 수 없이 수긍해야만 했다.

Novotel in Sydney Olympic Park

한산해 보이는 것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이곳은 전혀 한산한 곳이 아니었음을 일을 하며 깨닫게 된다.

NRL, NFL 등등 경기가 있는 날에는 수만 명의 인파가 길거리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며 축제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 직장 이후로 나는 일할 곳을 선정하는 것에 기준이 생긴다. 절대 Deep fryer가 3대 이상되는 곳은 지원하지 않기로....

서양식은 Deep fryer를 많이 사용하므로, 3대 이상 설치되어 있다면 미치도록 바쁠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The brewery'라는 이 비스트로 스타일의 식당은 Modern Australia style food를 메인으로 한다. 보통 햄버거, 스테이크, 피자, 샐러드 등등등이다.

 

아무튼 메뉴판에 나온 재료들은 하나하나 꼼꼼히 외워두어야 바쁜 와중에 실수할 일이 없으니, 항상 공부 아닌 공부를 해야만 한다.

ㅁㅁㅁㅁㅇㄹㅁㅇㄹㅁㅇㄹㅁㄹㅁㄴ
메뉴판
매일 꽉 차고 비우기를 반복하는 Cool room 내부
Kitchen 전경
일 열심히 안하던 7년차 Commis chef 친구, 우리 둘이서 엄청난 양의 음식들을 서빙했지만, 이놈은 프렙을 잘 안한다. 가끔 얄미로웠던 녀석..
Prep 예시, 항상 최적의 상태로 관리 될수 있게끔 래핑과 날짜 기입을 잊지말자!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배웠던 컨넬 기술로 만든 디저트, 바쁜 식당에서 이런 디테일은 사치다.

노보텔은 Accor group 산하에 있는 호텔 중 하나인데, 비록 페이는 낮았지만 Overtime, weekend penalty 등등을 법적으로 지급해주는 보기 드문 좋은 기업 중 하나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데 있어서 집에서도 가깝고, 기본 시간당 페이는 낮았지만 업무 환경이 공정해 보였기 때문에 나는 이곳을 꾸준히 다니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모두가 싫어하고 욕먹는 헤드 셰프가 업무의 효율성을 자꾸 헤쳐가며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일도 안 하면서 밥 먹을 때만 스테이크 구우러 내려와서 밥 먹으며 은근히 감독하다가 왔다 갔다만 하면 좋을 텐데, 비스트로 스타일의 회전 속도가 어마어마한 키친에서 자꾸만 파인 다이닝 스타일의 음식들을 요구하며 바꿔가기 시작한다.

 

인원만 많다면 얼마든지 바꿔도 불만이 없겠지만 단 둘이서 키친을 운영하고 있던 나와 다른 Chef는 점점 불만이 고조하기 시작한다. 요리의 스타일을 정교하게 바꾸면 그만큼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더 많은 재료를 손질해야 하며 업무 효율성은 바닥을 치게 된다. 뻔히 알만한 사람이 자꾸 비스트로를 다이닝 식으로 바꾸려고 하는데 대하여 화가 나서 Sous chef에게 건의도 하였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Sous chef 역시 Head ched를 싫어하는 분이시긴 하셨으나 어찌할 도리는 없었던 것 같다. 노보텔에는 위층에 키친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 키친이 바로 Fine dining style이었고, 그곳에는 더 많은 수의 Chef들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고객들에게 파인 다이닝을 선보이고 싶으면 위층으로 안내하면 될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층 역시 셰프의 부족으로 하루하루 힘든 상황을 넘기고 있었는데, 이 헤드 셰프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직원들의 안위보다는 budget을 아끼는데만 열중을 하는 듯했다. 적은 직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면 회사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죽어간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이 왜 그러는지.... 아무튼 그는 그런 방식으로 회사에 성과를 내어보려는 듯 보였다.

 

이와 더불어 위에서 미리 언급했듯이 경기가 있는 날들이면 수많은 인파로 인하여 최소 2~3명 이상의 캐주얼 셰프들이 추가로 필요하다. 인건비가 많이 비싸더라도 반짝 바쁜 날들이다 보니 거금을 들여 캐주얼 셰프들을 외부에서 공수하는데,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이 오면 솔직히 안 오는 만 못하다. 여차 저차, 경기가 있는 날마다 부르던 셰프들이 어느 때부터인가 안오기 시작한다. 펑크가 났다고 하는데, 헤드 셰프가 안 불렀을 것이라는 심증은 이미 가득했다.... 그런 상황에 닥치게 되면 정말 한숨부터 나온다. 그럴 때곤 헤드 셰프가 도와주겠다고 같이 일을 하는데, 일을 안 해봤으니, 속도도 느리거니와 잘할 리가 만무하다.

 

아무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간당간당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던 어느 경기날 사건이 터지게 된다. 정신없이 서비스를 치고 있던 도중 Presentation(음식의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딴지를 건다. 사람은 없고, 주문은 계속 들어오고, 그야말로 정신없이 바쁜 전쟁터인데, 갑자기 생트집을 잡기 시작한다. 그날은 여느 경기날에 비해 더욱 정신없이 바빴고, 헤드 셰프도 정신을 못 차리며 헤매고 있던 중간 나에게 적반하장식으로 "Fucking slow and lazy!! What the fuck is this dish look like?"라고 소리치며 나를 비난하기 시작한다. 피자 Garnish(요리를 꾸미는 장식)가 좀 헝클어졌다고 그 난리를 친 거다. 본인이 만들어놓은 음식들 모양은 더 헝클어져 있고, 홀 매니저도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하는데, "This is my kitchen and I will not allow those piece of shits!!"라며 버럭버럭 거린다. 홀 매니저는 키친 업무에 관여할 수 없으니 어쩔 줄 몰라 더 이상 말을 못 잇고, 헤드 셰프는 그 피자를 휴지통에 버리며 "Fucking do it again!!!"이라고 한다.

 

수개월 동안 일을 하면서 단 한 번의 큰 실수 없이 일하고 있던 나에게 소리치며 비난을 하고 있으니, 화가 머리 끝가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정말 바쁜 와중이었지만 이미 손님이 주문한 음식은 쓰레기통에 들어갔으니 나는 헤드 셰프에게 되물었다. "Why are you yelling at me? what did I do wrong?"

 

그는 핏대를 세워가며,

"Just keep concentrating on the service, don't tell those things at the moment, Fucking hell~!!"라고 말했다.

 

나는 "Fucking? what fucking?"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꼭지가 돈 나도 인내심은 이미 바닥이었다.

흔히 식당에서는 Fucking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날따라 기분이 더욱 안 좋았던 나는 계속 쏘아붙였다. 나 역시도 그동안의 울분이 폭발한 것이다.

 

그는 "Fucking hell!! Are you kidding me? If you don't want to work, just go fucking away!!!"

그래서 나는 정말 바쁜 그 순간에 3초간 생각을 한 후 대답한다.

"Okay, I'am done!!!! Bye!!!!"

 

같이 근무하던 친구 셰프에게는 미안했지만, 원체 굽신거리는 성격이 아니었던 나는 그 자리에서 나의 장비들을 챙겨 키친을 나오게 된다.

'그래 네가 나가랬으니, 나는 간다~! 혼자 잘해봐라.... 일도 못하면서 직원들 생각은 1도 안 하는 땡땡이야~!'

 

그렇게 씩씩 거리며 키친을 나서자 식당 분위기는 완전히 차가워졌고, 나의 친구 셰프는 이해한다는 눈빛을 보낸 후 오히려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이 친구와는 추후에도 계속 연락을 하며 지내는데, 이 친구는 내가 일을 열심히 잘하니 내가 좋았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다음 날 헤드 셰프에게 '너 진짜로 일하러 안 올 거야?'라고 문자가 왔는데, 진정한 사과는 한마디도 없고, 하는 짓이 엿 같아서 'No!!!!'라고 간단하게 답장을 했다. 따로 Sous chef에게는 전화를 드려 이러저러해서 이렇게 됐는데 업무에 혼선을 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니 이해한다고 하시며,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여기서 근무 잘했던 거 아니깐 다른 곳에서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격려 아닌 격려를 받았다.

 

이놈의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싸움닭 근성은 나의 천성인가 보다. 나는 누구 밑에서 일하기보다는 내가 주인으로써 일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사건이었다. IP 기간 1차는 잘 정리되었으니 학교도 문제는 없을 것이고, 당분간 휴식을 가지면서 괜찮은 직장을 구할 시간을 갖기로 한다.

 

여담이지만, 그 사건 이후로 많은 셰프들이 머지않아 그곳을 그만두었고, 그 헤드 셰프는 약 반년 후 회사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게 되면서 앞으로 다시는 Accor Group 호텔 계열사에서는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 Commis 친구 셰프는 시드니 어느 호텔에서 현재 Sous Chef로 근무 중이라고 하니 이 정도면 어느 정도 권선징악적인 결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끔은 옳지 않음을 알면서도 참아야 하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닌가 보다....
어차피 내 손해인데....

세상엔 나쁜 사람들이 참 많다....
그리고 나는 그들 중 하나의 밑에서 일하겠지....
변화를 주려면 내가 그놈들 위에서 일해야겠지만,
참 쉽지가 않구나.......

좋은 사람 만나는 건 하늘의 별따기와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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